[딸래미와 별보러가기 2] 한강공원에서의 첫번째 관측

한강공원에서 Meade ETX-125PE 설치 후 관측 / 성연이 키에 맞춘다고 가대를 짧게 했더니.. ㅠ.ㅠ

2012.05.23 한강공원 망원지구에서 촬영

   

천체망원경을 산 주의 금요일 저녁.. 와이프는 야근때문에 늦는다고 연락이 왔다.

 

“어이 딸래미, 천체망원경이 왔으니, 오늘 천체망원경으로 달이나 보러가자..”

“웅. 어디로 갈껀데”

“처음 가는거니 가까운데 한강공원이나 가자”

(사실 별보는 걸 12년이나 쉬었더니 별 볼만한 관측지를 하나도 모르는 상황.. 그나마 인터넷 검색을 해서 서울에서는 한강공원 망원지구가 그 중 가장 어둡다는 걸 확인해서 한강공원으로 가자고 한건데..)

“웅. 가자..”

 

저녁을 간단히 먹고, 간식거리를 대충 챙겨서 한강공원으로 갔다.

월령도 안보고 왔는데.. 월령이 좋은 날이다. (근데 이게 악재로 작용할 줄이야..) 1)

한강공원 망원지구를 지나 캠핑장 근처의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아빠가 천체망원경 얼렁 설치할께..”

“나 심심해”

“주위에 멀리가지 말고 주차장에서 놀구있어”

“웅 다 되면 불러”

“설치하면서 망원경 얘기해줄께”

“그냥 뛰어놀고 있을께..”

“안돼, 망원경에 관심을 가져야만 해!!”

“그럼 설명해줘”

 

천체망원경의 삼각대를 세운다.

 

“성연이가 봐야하니까 높이를 최대한 낮춰줄께.. 이 삼각대를 세울 때 수평을 잘 맞춰야해”

“나 심심해..”

“좀만 기둘려봐..”

“이 망원경은 완전 자동 망원경이라서 경통이랑 가대가 붙어있는데.. 아빠가 예전에 쓰던 망원경은 적도의 방식이라는 모양이 이거랑 다른 가대를 먼저 설치하고 지구가 자전하는 축을 맞췄었어.. 근데 이건 그런걸 맞추지 않아도 되는 뉴 테크롤로지 망원경이야..”

“심심한데 나 저기까지 뛰어갔다 오면 안돼?”

 

전혀 망원경에 관심을 안갖는다.. 이러면 계획에 차질이 있는데..

 

“그럼 저기까지 갔다와. 아빠가 설치 다되면 부를께..”

“웅”

 

주차장 끝까지 뛰어가는 성연이를 뒤로한 채 쓸쓸히 망원경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하늘을 보니 초승달이 막 지고 있었다. 서울 하늘이라 별이 거의 안보이는데 밝은 별이 세개 보인다. 목동자리의 아크투르스와 처녀자리의 스피카, 그리고 스피카 옆의 토성..

이 정도면 GoTo 기능을 쓰기 위해 망원경을 정렬하는데는 큰 무리가 없다.2)

 

“망원경 설치 다 됐어.. 어여 와!!”

“웅”

“이 망원경은 정렬을 해주고 이 콘트롤러로 무슨별 하고 선택하면 알아서 망원경이 자동으로 찾아주는 뉴 테크롤로지 망원경이야”

“그럼 토성 하면 토성을 바로 찾아줘?”

“웅. 달 하면 달도 찾아줘”

“그럼 태양은?”

“찾아주긴 하는데 지금은 해가 졌으니 하늘에 없다고 메시지를 띄우겠지..”

“신기하다.”

“아빠가 예전에 보던 망원경은 그런거 없었어 일일히 별지도를 가지고 찾았어”

 

망원경 정렬을 하기 시작했는데..

봄철이라 정렬을 해야하는 아크투르스와 스피카가 천정에 높이 떠있다.. 망원경은 성연이 키에 맞춰 한껏 낮춰놨는데.. 거의 바닥을 기어야 파인더를 볼 수 있다. 그러지 않아도 굽히기 힘든 몸인데.. 아크로바틱하게 몸을 꼬아보지만 파인더를 볼 수 없다..

땅바닥에 누워서 간신히 파인더를 보고 맞추는데.. 아뿔싸.. 파인더와 망원경이 정렬되어있지 않다..3)

파인더에 별을 도입해도, 망원경의 시야에 안보인다.. 이런 낭패가 있나..

옆에서 별을 볼 생각으로 눈을 반짝거리며 기둘리고 있는 성연이가 눈에 밟힌다.. ㅠ.ㅠ

 

“이거 정렬하기 힘들다. 서울에는 밝은 별이 안보여서 정렬이 안돼.. 수동으로 해야겠다.”

“토성 못봐?”

“자동이 아니어도 볼 수 있을꺼야.. 토성 한번 찾아볼께..”

 

복합굴절을 우습게 봤다. 예전에 쓰던 반사망원경에 비해 더 고배율인 복합굴절로 파인더 정렬이 안된 상태에서 토성을 찾는건 거의 불가능했다. 관측 자세도 어정쩡한데..

 

“오늘 토성을 못볼거 같아.. 시상이 안좋아..”

“엥? 그럼 뭐 볼꺼야?”

“달 보자 달.. 저기 그믐달이 지구 있자나.. 저거 보자..”

 

토성을 못맞추겠다는 말은 차마 못하겠고, (12년의 공백이 이렇게 클 줄이야..) 급히 관심을 달로 옮겨가려고 했으나..

 

“아빠, 망원경 잘 안돼?”

“어.. 어.. 아니.. 그게 아니구.. 달이 지고 있으니 빨리 달을 보자는 거지.. 흠흠흠”

“그럼 달보고 토성보는거야?”

“지금 시간으로는 토성을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빨리 보고 들어가서 성연이 숙제해야지..”

 

이 고배율의 복합굴절 망원경은 달 찾는 것도 쉽지 않았다.

예전에 쓰던 망원경은 가대에 설치하고 무게 중심을 잘 맞춰주면 어느 각도에서든 딱딱 멈췄는데.. 이건 완전 자동망원경이다보니 콘트롤러가 아닌 손으로 움직이기 위해 잠금장치를 풀면 무게중심이 안맞아 고정이 안되는 상태.. 그믐달은 뉘엿뉘엿 지고 있어서 빨리 찾아야한다..

잠금장치를 풀고 이리저리 돌리다보니 밝은 빛이 들어왔다.. 달빛이다..!!

잠금장치를 잠그고 컨트롤러를 이용해서 밝은 빛을 시야 중심에 놓고 초점을 맞췄는데..

가로등이다.. 이런.. 옆에서는 달이라도 볼 생각에 눈을 반짝반짝하며 성연이가 기다리고 있다..

아니 조금은 아빠의 능력에 의심을 품은 눈빛이다..

그래, 가로등이 시야에 들어왔으니 파인더 정렬을 하면 달을 찾기 쉬울꺼야.. 파인더를 정렬하자..

그런데.. 망원경이 가리킨 방향에 4개의 가로등이 가까이 붙어있어 어느 가로등인지 알 수가 없다.. 난감하다..

달이 뉘엿뉘엿지고 있다. 시간이 없다. 월령이 좋은게 악재가 될 줄이야..

 

“아빠 다 됐어?”

“어.. 거의 다 됐어.. 좀만 기둘려..”

“아빠 12년전에 망원경으로 하늘 거의 다 봤다고 하지 않았어?”

“어.. 어.. 그랬지..”

“근데 너무 못하는거 아냐?”

“12년의 세월이 아빠의 감을 무뎌지게 했어.. 역시 세월에는 장사가 없나봐..”

“나도 12년 후에는 아빠처럼 버벅거리고 살아야 돼?”

 

슬슬 말로 비꼬고 있다.. 무슨 딸래미가 이런 언어만 배웠는지. (아빠의 장점을 닮아야지 단점만 닮은거 같아.. )

 

“저기 주차장 한바퀴 돌고 와”

“차라리 그게 낫겠다. 심심해..”

성연이를 주차장 저편으로 보내고 낑낑거리면서 달을 다시 찾기 시작한다.

드디어.. 달이 시야에 들어왔다!!! GoTo 기능을 쓰고 있는 상태라면 이 상태에서 주자장 저 반대쪽으로 뛰어가고 있는 딸래미를 부르고 기다릴텐데.. 잠금장치 풀고 손으로 돌리고 있는 상황..

망원경 접안부에서 눈도 떼지 못하고..

 

“성연아~ 달 봐봐..”

 

주차장 끝에서 한달음에 달려와서 간신히 맞춘 망원경의 접안부를 보더니..

 

“달이네..”

 

그믐달에 크리에이터도 거의 안보이다보니.. 그저 달을 크게 본 정도..

 

“아빠 더 크게 볼 수 없어?”

 

이제 막 망원경만 산지라, 고배율 아이피스가 있을리 없다.

“아이피스를 더 사야 돼.. 성연이가 오늘 엄마한테 잘 말해주면 아이피스를 더 살 수 있을꺼야”

“엄마한테 달보고 왔다고 자랑해야돼? 막 크게 보이고 멋졌다고?”

“웅 그래야 아빠를 도와주는 거고 성연이는 달을 더 크게 볼 수 있는거야..”

“알았어 그게 아빠를 위한거라면 그렇게 해줄께..”

“이제 달이 지니, 철수하자..”

“토성은?”

“늦었어, 가서 숙제해야지 토성은 나중에 보여줄께”

 

더 크게도 못보여주고.. 달이 지는 것을 핑계삼아.. 17분 설치하고 46분을 헤매고 3분동안 달을 보고, 12분 철수.. 총 78분의 급박했던 성연이와의 첫 관측은 이렇게 끝났다.

 

…………………………………………

 

집에 오니 와이프가 퇴근하고 와있다.

“성연이 오늘 아빠랑 천체망원경 보고 왔어?”

“웅”

“뭐보고 왔어?”

“달”

“멋있었어?”

“아니, 그믐달이라서 거의 안보였어”

“딴 건 안봤어?”

“아빠가 버벅여서 하나도 못봤어” (뜨끔)

“그럼 달만 본거야? 달에서는 뭘 봤어?”

“웅. 그믐달이라서 하나도 안보였어..” (아까 작전짠거랑 다르잖아!!!!!!)

 

와이프가 눈치를 팍팍 준다.. 비싼 망원경 사서 뭐한거냐는..

   

각주


1) 천체 관측을 할 때 달이 밝으면 잘 안보입니다. 그래서 반달-보름달-반달이 뜨는 기간에는 천체 관측을 잘 나가지 않습니다. 달말고는 볼 게 없는 때인지라.. 달을 관측한다면 보름달보다는 반달을 많이 관측합니다. 그림자가 있어 크리에이터 등을 더 입체적으로 볼 수 있습니다. 보름달은 밤새도록 하늘에 떠 있지만, 그믐달이나 초승달은 달이 낮에 떠있기 때문에 어두운 밤하늘을 볼 수 있습니다.

   

2) 자동망원경의 GoTo 기능을 쓰기 위해서는 망원경 정렬을 해줘야 합니다. 밝은 별을 선택하고, 망원경 시야에 선택한 밝은 별이 중심에 오도록 한 후 인식시켜주는 것을 2~3개의 별을 해주면 망원경이 그 위치를 기준으로해서 자동으로 원하는 천체를 찾아줍니다. 최소한 밝은 별이 2개 이상 보여야 합니다. 서울 하늘에서는 맑은 날이라도 공기가 안좋은 날은 별이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3) 천체망원경에는 저배율이나 배율이 없는 파인더가 달려있습니다. 워낙 고배율이기 때문에 망원경만으로는 대상을 찾기 힘듭니다. 그래서 저배율이나 배율이 없는 파인더와 망원경을 정렬해주고, 파인더로 대상을 찾습니다. 파인더의 중심에 대상을 도입하면 그 대상이 망원경 시야의 중심에 오기 떄문에 파인더 정렬은 관측 전 필수 체크 사항입니다.

   

달.. 천체망원경 + DSLR 연결 촬영 / 2013.02.20 강화도에서 촬영

아크투르스 – 봄철 밤하늘에서 가장 밝에 빛나는 별입니다. 목동자리의 @별이며, 북두칠성의 국자 손잡이에서

왼쪽에 있습니다. 망원경으로 보면 오렌지색으로 보입니다. / 2013.4.19 강화도에서 촬영

   

   

스피카 – 봄철 밤하늘에서 두번째로 밝은 별입니다. 처녀자리의 @별입니다. 토성은 스피카 옆에 있기 때문에

토성을 찾을 때 기준별이기도 합니다. 아크투르스보다 오래된 별로 하얀색으로 보입니다.

/ 2013.4.19 강화도에서 촬영

 

별궤적촬영 – 떠오르는 황소자리와 목성 / 2012.07.08 수안보에서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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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별보다가.. 12년을 쉬었다가.. 다시 별보기 시작한 아마추어 천문덕 http://www.huffingtonpost.kr/wootae-k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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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Response

  1. 김락원 댓글:

    별 사진 정말 이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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